BUYEO TRIP 1일차 –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롭지 않다”
- 백제 온조왕 15년(서기 4년) –
서울에서 차로 2시간 30여분을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백제 마지막 수도 부여. 당나라와의 마지막 전투 현장으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한적하고 평화롭기만한 부여 규암면에 다다르면 그곳에서 롯데리조트부여를 만날 수 있다. 촘촘하게 뿌리 내린 배흘림기둥이 기와 모자를 눌러 쓴 국내 최대 규모의 원형 회랑이 먼저 반갑게 투숙객들을 맞는다.
롯데리조트부여에서 바로 맞은편으로 보이는 백제문화단지는 1994년부터 2010년까지 17년에 걸쳐 조성된 100만평 규모의 대규모 문화단지로, 백제 왕궁을 재현한 사비궁과 백제역사문화관, 능사, 생활문화마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최초로 삼국시대 왕궁을 재현한 백제 사비궁에서는 백제 대표 건축양식들을 관람할 수 있으며, 실제 중요 무형문화재 장인들에 의해 복원된 능산리사지 오층 목탑이 이곳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개관한 백제역사문화관의 경우 전국 유일 백제사 전문박물관으로 전시실 외에도 금동대향로극장, 백제 의복 체험 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배우면서 즐기는 학습놀이터가 되는 곳이다. 또한 날씨가 풀리면 상설공연과 야간개장도 진행이 되어 방문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구드래나루터 선착장 인근 할머니집처럼 정겨운 한옥집 초입구에 걸린 낡은 간판은 긴 세월 이곳이 부여 맛집으로 자리매김해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툇마루를 넘어 방으로 자리하면, 메뉴판에 적힌 메뉴는 단 두가지 뿐. 바로 메밀막국수와 편육이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원한 얼음을 동동 띄워 김, 오이, 깻가루를 푸짐하게 얹은 메밀막국수와 얇게 썬 윤기 나는 편육이 나온다. 새콤하면서 감칠맛 나는 국물과 얇은 메밀면을 쫄깃한 편육과 싸서 한 입에 먹으면 그 맛이 굉장히 조화롭고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KBS 인생극장 ‘우리는 오래된 집을 샀다’에 나오는 부부가 실제 오래된 한옥집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로 최근 부여 사진 촬영 명소로 SNS상의 화제가 되는 곳이다. 입구에는 봄이면 귀여운 개나리가 활짝 피어있고 대문을 들어서면 이곳의 시그니처인 하늘하늘한 천 들이 지붕과 지붕 사이에 설치되어 앤틱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표메뉴로는 달콤한 맛의 백설라떼와 팥, 생크림을 얹은 수제 말차 푸딩이 있다. 할머니 댁에서 보았던 육각형 쟁반 같은 소품들은 이곳의 레트로한 감성을 더욱 운치 있게 살려준다.
부소산. 이름은 산이지만 평지에 솟아있는 잔구에 가까워 천천히 걸어 올라가기 좋다. 평상시에는 백제 왕실에 딸린 후원 구실을 하였으며, 전쟁 때에는 사비 도성의 최후를 지킨 장소였다. 산성 내 서쪽 낭떠러지에는 그 유명한 의자왕의 전설이 깃든 낙화암이 자리하고 있다. 부소산성 옆으로는 석양과 함께 금빛으로 물드는 백마강이 있는데, 백마강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돌아갈 때 낙화암 절벽에서 조선시대 학자 송시열 선생이 쓴 ‘낙화암(落花巖)’이라는 선명한 글씨를 볼 수 있다. 삼천 궁녀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고려 현종 때 지어졌다고 전해지는 고란사에서는 유명한 약수가 있는데 한 잔 마시면 3년씩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백제 임금들이 즐겨 마셨다고 한다. 석양이 지기 2시간 전부터 천천히 부소산성을 오르면서 고란사 약수도 마시고 해질녘에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백마강까지 감상해보자.
20년 한우 농장을 운영한 주인장이 그만의 노하우를 담아 최대 120일간 건조 숙성을 하여 나오는 명품 드라이에이징 한우가 있는 한우전문점이다. 숙성을 통해 육즙이 고기에 갇혀 있는데다 2번 구워낸 참숯을 사용하여 고기를 구울 땐 연기가 거의 나지 않는 점이 좋다. 메인 메뉴인 구워 먹는 고기 종류 외에도 야채와 버섯, 육수 불고기가 들어간 ‘한우불백 서동떡갈비’, 연잎으로 만든 면발과 수제떡갈비가 나오는 ‘연냉면 서동떡갈비’, 족, 머리고기, 목살 등을 넣고 푹 고아낸 ‘서동탕’ 등의 식사 메뉴 또한 일반 한우전문점과는 뚜렷한 차별점이 있어 이색적이다.
BUYEO TRIP 2일차 – 백마강 따라 여유롭게 걷는 백제 역사 여행
비단결 같은 강물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금강(錦江)은 부여에 들어서면서 나라 이름 ‘백(白)’, 크다는 뜻의 ‘마(馬)’를 합쳐 백마강이라 불리게 된다. 백마강 위에서 옛 선조들처럼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겨볼 수 있는 곳이 부여에 3군데 있다. 바로 구드래, 고란사 그리고 수북정 선착장이다. 백제시대 고증을 거쳐 탄생한 누런 깃발의 황포 돛배를 타면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부여 유적지들을 둘러볼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부소산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구드래에는 백제의 섬세하고 우아했던 조각 기술을 계승한 이곳 출신 조각가들의 작품으로 장식된 공원이 있다. 봄이면 구드래 나루터에서 조각공원으로 향하는 길로는 벚꽃이 풍성하게 피어 있어 그 운치를 더해준다. 부여에서 자주 접하는 ‘구드래’라는 지명의 어원은 백제시대 왕이나 왕족을 칭하는 ‘어라하(於羅瑕)’에 크다는 뜻의 ‘구(大) ‘가 합쳐져 생겨났다. 1985년도에 국민관광단지로 지정되었으며, 구드래 일대가 사비성을 출입하는 항구와도 같은 역할을 하였기에 오늘날까지도 구드래 주변으로는 토속음식을 즐길 수 있는 구드래 맛집 특화거리가 공원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구드래 나루터에서 황포 돛배 유람선을 내려 구드래 공원을 관람한 뒤 구드래 맛집 특화거리로 이동하여 바로 출출한 배를 채워보는 여정도 추천해본다.
구드래공원 인근 맛집 특화거리 초입구에 위치한 구드래돌쌈밥은 돌쌈밥을 최초 개발한 20년 넘은 부여 향토 음식 전문점이다. 1만원대의 괜찮은 가격으로 접해볼 수 있는 이곳의 돌쌈밥정식은 메인 메뉴인 불고기를 포함하여 영양 돌솥밥과 구수한 된장찌개, 그리고 10여가지의 반찬이 함께 제공된다. 버너 위에 올려 바로 끓여 먹기 좋게 나오는 불고기는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그 열기를 유지하여 함께 나오는 영양밥과 쌈을 싸서 먹으면 입안 가득 다채로운 부여 향토음 특히 외국인 이용업소 최우수 업체 장관상을 수상한만큼 외국인 지인과 함께 부여를 찾는다면, 한국의 맛을 알려주기에 좋은 음식점이 될 것이다.
At267은 궁남지 바로 옆에 자리한 최적의 위치와 대표 메뉴인 달콤한 아인슈페너 덕분에 사시사철 많은 이들이 찾는 카페이다. 특히 부여 서동연꽃축제가 개최되는 7월이면 오전부터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인데 그 이유는 카페 바로 앞으로 무수히 많은 연꽃들이 피어나 마치 연못 한 가운데에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봄이면 카페 뒷 편으로는 벚꽃이 만발하기 때문에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벚꽃 잎을 바라보며 잔디밭 위 야외 좌석에서 봄의 정취를 흠뻑 느껴볼 수도 있다. 아인슈페너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케이크가 있으며, 특히 버거나 파니니 등의 브런치 메뉴들은 플레이팅 뿐만 아니라 맛도 좋아 여러 면으로 여성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카페이다.
한들한들 바람에 나부끼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버드나무 사이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감탄을 자아내는 대규모 인공 연못이 나오면서 그 주위로는 봉긋봉긋 연꽃들이 만개해 있다. 7월의 부여를 찾는다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 때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 채웠다고 한다. 서동요 전설에 따르면 백제 무왕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신라공주이자 부인이였던 선화공주를 위해 조성한 인공 연못이라고 한다. 이러한 로맨틱한 이야기를 뒷받침하듯 7월 서동연꽃축제 기간에는 천만송이의 연꽃들이 궁남지를 에워싸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기존 10일 동안 추진해왔던 본 축제는 2019년부터 연꽃이 개화하는 한 달 내내 열리게 되어 여름의 부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감미로운 풍경과 함께 흥겨운 축제 분위기까지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겉바속초(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 라는 단어가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통닭집이 부여에 있다. 바로 부여읍 구아리 중앙시장에 있는 시골통닭이다. SBS 유명 프로그램 ‘백종원3대천왕’ 통닭편에 3대천왕으로 오르기 한참 전부터 부여 현지 주민들에게는 통닭과 삼계탕이 맛있는 집으로 유명하였다. 1975년 방순남 할머니가 문을 열었고 30년이 흘러 이제 그 아드님이 2대째 그 맛을 이어가고 있다. 튀김옷은 땅콩가루를 첨가하여 그 맛을 더욱 고소하게 만들었고 닭을 통째로 튀겨 속은 촉촉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알쓸신잡’, ‘백종원3대천왕’ 등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전국구 치킨 맛집에 손꼽히기도 하는 시골통닭에서 그 옛날 시장 통닭의 맛과 추억을 느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