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행의 첫 페이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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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붉게 물든 동백을 따라
겨울 제주 향기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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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제주에 바람이 불면 동백은 물결이 된다. 발그레한 아이인 양 꽃잎을 파도처럼 흔들어 반기는 곱디고운 동백. 고개를 숙이니 만개한 붉은 잎 눈을 맑히고, 갯내가 배어든 푸른 향기 가슴을 적신다. 아트빌라스 제주에서 머물며 체크인과 체크아웃 일정에 맞춰 즐긴 제주 동백꽃 로드를 소개한다.
Before Check-in
AM 11:00 동백으로 숨을 쉬다, 숨도
제주 동백은 참으로 성실하다. 가을이 채 끝나기 전에 꽃망울을 터뜨리고는 초봄까지 섬 곳곳을 붉게 물들인다. 한국에서 제일 먼저 피어나기에 가장 오래 여무는 셈이다. 그리하여 어떤 동백보다 제주의 동백은 짙고 깊다. 특히 2월에는 밑동 주위로 우수수 떨어진 낙화가 고아한 분위기를 더하여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 그 어여쁜 풍경을 좇는 제주 여행의 첫 번째 방문지는 숨도다.
‘숨이 모여 쉼이 된다’라는 뜻으로 이름 붙인 숨도는 서귀포 호근동에 자리한 생태 정원. 계절마다 수국과 억새가 정취를 돋우는 이곳에서 겨울 동백의 자태는 단연 빼어나다. 입구를 지나 하귤 다리와 팜파스 정원을 통과하여 동백 정원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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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람이 퍽 세차게 불어온다. 거무스름한 제주의 흙길 양옆에서 붉은 꽃 군락이 춤추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땅에 내려앉은 꽃잎들은 여전히 생기롭다. 산을 비추는 호수를 닮아서 낙화들은, 한때 제가 기댔던 동백을 투명하게 반영한다. 갈색 흙길에 층층이 고인 빨간 잎이 회색 구름 아래에서 한층 빛난다. 정원이 색채를 모아 펼치는 우아한 잔치에 기꺼이 동참하여 걸음을 옮긴다. 구석구석 돌담과 조각을 둔 정성껏 매만진 정원에서 겨울 제주를 들이마신다. 아무것도 섞지 않고 깨끗하게 다가오는 동백의 순간을 다만 호흡할 뿐,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하랴. 이 겨울, 동백 핀 숨도에서 숨은 편안한 쉼이 된다.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일주동로 8941
  • 영업시간 : 8:30am~5:30pm
  • 입장료 : 성인 6,000원, 어린이 3,000원
PM 1:00 마음을 선물하는 식당, 감미롭다 제주
동백 감상을 마치고 숙소인 제주 아트빌라스로 향하기 전, 숨도 인근의 감미롭다 제주로 향한다. 감미롭다 제주는 흑돼지, 갈치, 해장국 가게가 즐비한 제주에서 드문 채식 식당이다. 정갈한 차림과 맛 덕분에 여행객은 물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졌다. 호근동 한편의 좁은 골목, 모퉁이를 돌아 군더더기 없이 단아하게 다듬은 건물을 마주한다. 음식도 그러하리라 믿게 만드는 깔끔한 외관이다.
“처음에는 유기농 현미 중심의 메뉴를 선보였어요. 어느 때부터 손님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채식 메뉴를 해 주면 좋겠다고요. 제주에서 채식 식당은 찾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지금처럼 바꾼 거죠.” 김정혜, 송민철 대표의 말을 들으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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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메뉴는 현미 채소 버섯 비빔밥과 버섯 크림 현미 리소토. 먼저 현미밥과 당근, 버섯볶음, 깻잎을 잘 비벼 한 숟갈 떠 넣으니, 몸으로 들어온 이른 봄기운이 손끝까지 번지는 싱그러운 기분이다. 비빔밥을 오물거리는 입에서 안 그러려 해도 감탄이 터진다. 현미밥에 느타리버섯, 팽이버섯과 말린 표고버섯 가루를 아낌없이 올린 리소토는 감미로워 절로 눈이 감길 정도다. 들깨 현미 떡국, 현미면 간장 기름 국수를 비롯한 다른 메뉴도 맑은 자연의 맛을 느끼기에 부족함 없다. “하루에 한 끼라도 채식을 하고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해요. 고마워하는 손님이 많은데, 마음을 알아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정성이 아니고는 이 맛을 설명할 순 없을 것이다. 음식을 먹는 동안, 식당의 문은 쉴 틈 없이 열린다. 좁은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 감미롭다 제주의 문을 열고 들어선, 동백 같은 순간을 기대하는 이들의 얼굴이 모두 맑다.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막동산로 8-3
  • 영업시간 : 10:00am~4:00pm(월요일 휴무)
  • 가격 : 현미 채소 버섯 비빔밥 10,000원, 버섯 크림 현미 리소토 16,000원
After Check-out
PM 12:00 붉은 꽃의 바다, 제주동백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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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빌라스 제주에서 안온한 밤을 보내고 둘째 날 여정을 시작한다. 겨울 제주의 동백은 나날이 짙어지기에 오늘은 어제보다 더 그윽한 풍경을 만나리라. 제주의 고속도로 격인 일주로를 따라 동쪽으로 내달리다 서귀포 남원읍 위미리에서 곁길로 접어든다. 이제 자동차가 아닌 두 발이 필요한 시간. 집들이 정답게 둘러앉은 위미리 마을을 거닌다. 군데군데 놓인 동백이 더할 나위 없이 고와 자주 걸음을 멈춘다. 그러다 마주한 곳. 한데 뭉쳐 만발한 수백 동백의 놀라운 경치가 시선을 붙들어 당기는 제주동백수목원이다.
19세기 말, 결혼 후 위미리에 정착한 현맹춘 씨는 황무지를 개간하는 과정에서 방풍림으로 동백을 심었다. 한라산 자락에서 씨앗을 가져와 심고, 또 심어 동백은 숲을 이루었다. 제주특별자치도기념물인 위미동백나무군락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1977년부터는 현맹춘 씨의 손자 오덕성 씨가 군락지 인근 땅을 가꾸어 제주동백수목원을 완성했다. 겨울엔 더욱 메말랐을 불모의 대지가 이토록 풍요롭게 변한 것은 사람의 집념에 자연이 견실하게 호응했기 때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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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백수목원에 들어서면 사방에 빨간 꽃이 빼곡하다. 마치 아침의 눈부신 군도 사이를 유영하는 배처럼 부드럽게 거니는 동안 땅에 흥건한 붉은 낙화가 발에 밟힌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따듯한 무언가가 서서히 가슴으로 올라온다. 겨울 제주의 색과 향으로 갈아입은 듯이 상쾌한 기분이다. 수목원 가장자리 전망대에 다다라 숨을 고르며 바라보니 일출의 햇살을 받아 뜨겁게 타오르는 섬들인 양 동백 숲이 한창 붉게 빛나는 중이다. 멀리 제주 남쪽 수평선으로 조금씩 동백의 물결이 퍼진다.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29-2
  • 영업시간 : 9:00am~6:00pm(발권 마감 5:00pm)
  • 입장료 : 성인 8,000원, 어린이 5,000원
PM 2:00 삶의 여백이 되어 주는 카페, 아주르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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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미리 동쪽, 서귀포 남원읍 남원리 앞바다가 윤슬로 반짝인다. 남원 포구 인근 올레 4코스의 바다 풍경을 감상하다가 해안이 완만하게 휘어드는 마을 어귀에서 북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올레길을 벗어나 단 몇 걸음 거리에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카페 아주르블루가 있다.
“동백을 좋아해서요. 2019년 카페 운영을 시작할 즈음에는 돌담 가까이에만 심었는데, 하나씩 늘려 오늘에 이른 거죠. 동백 아래에는 수국이 있어요. 여름에는 이 마당에서 수국이 또 얼마나 예쁘다고요.” 권상원, 박종희 대표가 그들을 빼닮은 공간처럼 담백하게 말한다. 이 공간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누구라도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마당뿐 아니라 카페 안 통창 너머로 동백, 돌담, 바다가 포개진 저 우아한 전경은 의도하지 않았다고는 절대 생각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박쥐란, 알로카시아 등의 식물이 자리한 카페 안은 또 어떤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휴식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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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안팎의 무해한 풍경을 응시하면서 제주한라봉에이드를 들이켠다. 동백 여행에 딱 어울리는 청아한 목 넘김에 이어 상큼한 한라봉 맛이 입안에 번진다. 아주르블루의 시그너처 메뉴인 살구 스콘의 향미도 만만치 않게 깊다. “농장에서 당도가 제일 높은 한라봉을 가져와 청을 담가요. 살구 스콘도 과정이 복잡하지만 직접 만들고요. 손님들이 편안하게 쉬고 가시길 바라거든요.” 모든 걸 매일 손수 만들기 때문에 아주르블루의 영업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두 대표의 바람대로 아주르블루에서 머문 시간은 동백꽃과 함께한 겨울 제주를 음미하기에 충분할 만큼 길고 감미롭다.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회관로 104
  • 영업시간 : 11:00am~6:00pm(월요일 휴무)
  • 가격 : 제주한라봉에이드 7,500원, 살구 스콘 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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