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구경의 절반은 먹는 재미가 아닐까. 시장 골목 안쪽, 김이 자욱하게 피어 오르는 집이 있다. 서귀포향토오일시장 단골들이 그냥 ‘국밥집’이라 부르는 곳, 풍년식당이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허름한 노포인데, 장날이면 현지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대표 메뉴는 고기국밥. 토렴한 밥 위로 돼지고기 수육이 넉넉히 올려져 나오고, 국물은 그릇 가장자리까지 가득 찬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다. 진하게 우려낸 육수는 잡내 없이 구수하고, 숟가락을 뜰 때마다 딸려 올라오는 두툼한 돼지고기는 장터의 인심 그 자체다. 장날을 포함해 평일 아침 7시부터 끓인다는 육수의 맛은 또 어떤가. 후루룩 국물을 들이켜면 마음속의 한기까지 싹 내려가는 기분이다. 반찬은 셀프. 깍두기, 김치, 파채, 나물과 젓갈을 골라 담아와서 한 상을 차리면 한정식이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