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하우스 우리의 오프라인 공간을 오픈한 지 얼마나 됐나요?
2024년 여름 지나서 오픈했으니까 이제 1년 반 되었네요. 브랜드를 시작해서 차 제품을 만든 지는 3년 정도 되었고요.
브랜드의 시작이 궁금해요.
원래 차를 좋아했어요. 제가 커피를 못 마시거든요. 반년 넘게 제주살이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주의 찻집을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조금 했어요. 그러다 코로나가 심해지고 다시 속초로 돌아와서 평범한 직장을 다녔어요.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게 따분해서 퇴사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마침 친구들도 졸업 시즌이라 ‘우리 같이 뭐 해볼까?’ 하게 된 거죠. 한 명은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고, 또 다른 친구는 창업을 하기로 한 직후부터 차 공부를 시작해서 티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저와 같이 차 블렌딩이나 레시피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저는 일주일에 한두 번 매장에 나오고, 그 외에는 티소믈리에 친구가 거의 매장 운영을 전담하고 있죠.
속초가 고향이에요?
네, 속초 토박이에요. 친구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들이고요. (웃음) 아는 게 강원도밖에 없으니까 우리가 아는 걸로 시작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강원도가 차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잖아요. 제품을 출시하기 전까지 준비 기간이 꽤 필요했을 것 같아요.
최소 10개월에서 거의 1년 넘게 걸렸던 것 같아요. 강원도 내에 차밭이 딱 한 곳 있어요. 바로 윗동네, 고성에. 네이버에 검색해도 잘 안 나오더라고요. 저희도 소문으로 알음알음 알게 돼서 직접 찾아갔어요. 강원도 차를 잘 브랜딩하고, 그걸 통해서 다른 차들도 개발해보자고 제안을 했죠. 차는 고성 차밭에서만 공수하고 있어요. 수확 시기가 되면 저희가 차밭에 직접 가서 같이 찻잎을 수확하고 덖어서 제품 생산까지 진행하고요. 보통 차(茶)는 동백과의 차나무에서 나온 것을 말해요. 찻잎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녹차가 되기도 하고, 백차, 보이차, 우롱차가 되기도 하는데요. 솔직히 일반 차는 시장성이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설록 같은 브랜드를 봐도 블렌딩 가향차의 종류가 많거든요. 우리도 강원도의 농산물로 가향차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죠.
강원도 농산물을 활용한 블렌딩 티의 개발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사실 저희는 창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급처 정보가 전혀 없어요. 보통 직접 농가를 방문하거나 아니면 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를 활용해요. 먼저 어떤 종류의 농산물이 있나 살펴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관심 있는 작물이 있으면 해당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 문의를 하는 식으로요. 예를 들어, 홍천의 옥수수가 마음에 들면, 지역 내 옥수수 농가 중 상대적으로 영세한 곳, 유통망이 적은 곳 위주로 알아보고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요. 그렇게 수급한 원물로 여러 조합해보면서 최상의 맛을 내는 제품을 개발하죠.
티하우스 우리에서 어떤 차를 맛볼 수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우선, 블렌딩 티 강원 시리즈 3종이 있어요. 그중 하나인 매물현미녹차는 녹차 베이스에 강원도 메밀과 현미, 벚꽃향을 더해서 만든 차예요. 강원도 방언으로 메밀이 ‘매물’이거든요. 향긋한 차라서 차갑게 마시면 더 맛있죠. 다른 하나는 옥수수와 호지차를 블렌딩해서 만든 옥시기호지차예요. ‘옥시기’는 옥수수의 강원도 방언이고요. 마지막 하나가 둔들배기 호박팥차예요. 정선 고산지대에서 가져온 호박과 팥을 사용하는데요. 호박이랑 팥은 딱히 방언이 없더라고요. 대신 언덕을 뜻하는 방언 ‘둔들배기’를 넣어 이름을 지었죠. 여기에 더해 고성 차밭에서 나오는 프리미엄 차로 황차와 첫물차, 두 종류를 함께 판매하고 있어요.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영감을 얻거나 참고했던 브랜드가 있을까요?
맥파이앤타이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저희 셋이 처음 같이 간 찻집이기도 했는데, 맥파이앤타이거의 차는 누구나 거부감 없이 편하게, 맛있게 마실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저희가 추구하는 것도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차예요.
오프라인 공간을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차 제품 제조로 시작을 했다 보니 매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어요. 속초 시내에 사무실과 제조 공간이 있거든요. 제품을 만들어서 카페나 호텔 등에 납품을 하고 있는데, 업체들 쪽에서 매장은 없는지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사실 티 제품의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고, 베이킹을 할 줄 아는 사람도 없어서 매장 운영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문의가 오니까 한 번 해보자 해서 뒤늦게 준비한 거죠.
찻집이 있는 이곳은 어떤 동네인가요? 멀리서 볼 때 건물 한 채가 우뚝 서 있는 게 특이해요
워크인이 아예 없는 동네예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이 바로 앞이 해맞이공원이라 1월 1일이면 해맞이하러 많이 찾아왔어요. 초등학교 때 소풍으로도 많이 왔고요. 지금은 발전이 없이 멈춰 있는 동네에 가깝죠. 매장이 들어선 이 공간은 한 20년 정도 비어 있었어요. 건물 2~3층이 건설회사 사무실인데, 1층은 창고처럼 방치돼 있었죠. 매장 위치보다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이곳에 자리 잡았어요. 그래서 간판도 안 달았고요. 공간은 타일 작업하시는 분들에게 부탁해서 일주일 정도 따라다니면서 배운 걸로 직접 타일 붙이고, 목공 작업하면서 셀프로 인테리어했죠.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나요?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20~30대 분들이 많아요. 어른들과 함께 갈 만한 곳을 찾고 주도적으로 제안해서 여행할 수 있는 나이대의 자녀분들이죠.
가장 반응이 좋은 차는 뭔가요?
압도적으로 메물현미녹차가 인기 있습니다. 제품을 생산하면 재고 소진이 가장 빠르고 제일 먼저 품절되곤 해요. 매장에서 제공하는 메뉴 중에서는 말차라테도 반응이 좋아요. 직접 격불을 해서 드리는데, 그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고, 비주얼적으로도 예쁘거든요.
로컬 티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을까요?
창업 초반에 제품을 만들고 납품할 때만 해도 잘 몰랐는데,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해보니 속초가 관광 도시라 비수기와 성수기의 차이가 너무 명확하더라고요. 3~4월은 주말에도 사람이 적을 정도로요. 그때가 좀 많이 힘들죠. 반대로 바에 마주보고 앉아 계시는 손님이 두 분만 계셔도 같이 차 이야기를 나누면 너무 즐거워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작년 말부터 크고 작은 성과가 보이면서 조금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요. 우리은행 본사와 계약을 맺고 전국의 우리은행 지점에 강원도 블렌드 티를 납품했고 올해에는 카카오와도 협업을 하고 있고요. “이제 빠져나갈 돈은 다 빠져나갔다, 한 번 벌어보자.”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라는 이름은 ‘차를 우리다’에서 나온 걸까요?
네, 맞아요. 그 뜻도 있고, 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해요. 차 문화에서는 ‘팽주(烹主)’라고 부르는 찻자리의 주인이 있는데요. 손님을 대접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요즘은 혼밥, 혼술 등 혼자 즐기는 게 유행인데, 저는 오히려 다도의 이런 공동체 문화가 너무 좋더라고요.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나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다음 달에 서울 카페 위크에 참가해요. 그때 강원 블렌딩 티를 3종 정도 추가해서 선보일 생각이에요. 고성에서 재배한 허브로 만드는 캐모마일 베이스의 티, 히비스커스와 체리 등을 활용한 붉은색 계절의 티를 구상 중이에요. 나머지 하나는 라벤더 베이스로 만들어보고 싶고요.
기회가 된다면, 티 베이스의 칵테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복숭아랑 얼그레이를 시럽화해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셔봤는데 맛있더라고요. 지금 이 공간에서 네다섯 명 정도 소규모로 즐기는 방식으로 운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만제 대표가 추천하는 티하우스 우리 주변 볼거리
매장 바로 앞에서 설악산 입구까지 3킬로미터가량 벚꽃길이 이어져요. 봄에 정말 아름답죠. 여름에는 설악산 등산 후 저희 찻집에서 시원한 차 한 잔 마시면 좋을 것 같고요. 바로 옆 설악항은 자갈해변이니 보고 가시길 추천해요. 대포항도 멀지 않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