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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HAE

 

100년의 세월이 담긴 단감의 맛

[Deep:in] 김해 ‘진영삼대감 농원’ 박정훈, 유선희 대표 인터뷰
1920년대 일제강점기, 김해 진영읍은 부산과 마산, 창원 등 주변 지역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 당시 진영역에 부임한 일본인 요코자와(横沢)는 이 지역이 단감 재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1927년에 진영읍 신용리 일대에 단감 묘목 100여 주를 심었다. 오늘날 진영단감 시배지로 확인할 수 있는 한 세기의 역사다. 시배지 인근에 자리한 진영삼대감 농원은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과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과수의 수형을 바꾸고 초생재배를 고집하고, 자연의 뜻 안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정성을 다해 오래된 감나무를 가꾸는 박정훈, 유선희 부부를 만났다.
과수원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면적은 6,000평이 조금 넘고, 감나무는 480주 정도 됩니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많죠. 과수원 아래쪽의 큰 나무들은 100년이 넘었어요. 바로 옆 과수원이 시배지인데, 나무 크기를 비교해봤을 때 그에 못지 않아요. 문헌상으로는 일제강점기 진영역장이던 일본인이 단감 묘목을 처음 심었다고 하는데, 예전부터 농사짓던 지역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일본에서 농대를 나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몇몇 사람들이 이 지역에 단감나무를 들여와서 시험해보고 있지 않았을까 해요.
감나무는 수명이 얼마나 되나요?
수명이라는 개념이 딱히 없다고 봐도 돼요. 일본에선 200년 된 나무에서도 감을 딴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관리만 잘 해주면 계속 열매가 맺힙니다. 일반적으로 10~20년생 감나무는 재배하기 수월한 편이에요. 과실이 크게 열리고 빛깔도 좋고. 25년, 30년쯤 되면 조금 힘들어지죠.
오래된 감나무를 재배하는 게 훨씬 힘든 일이네요?
저 같은 경우는 이제 더 쉽지요. 몇 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몸도 적응하고 나무에도 적응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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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단감 재배를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아버지가 이 자리에서 감 농사를 하셨어요. 옆에서 지켜보면서 문득 업으로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죠. 올해 딱 10년 됐거든요. 초반 6년까지는 많이 힘들었고요. 그 이후, 그러니까 최근 한 3~4년 동안은 괜찮았던 것 같아요. 과수원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하고 마음이 안 맞기도 하고 눈치도 봐야 하지만, 여기서는 제가 일하고 싶으면 일할 수 있으니까요. 초반에 오히려 지금보다 규모를 크게 시작해서 고생을 좀 하다가, 점차 내 그릇에 맞는 규모로 조절해 수익을 내고 있죠.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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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단감은 다른 감 품종과 어떻게 다른가요?
부유(富有)라는 품종인데, 식감, 당도, 저장성 모두 좋은 게 특징이에요. 보통 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가 좋으면 다른 하나는 부족하게 마련인데, 부유는 3박자를 고루 갖춘 거의 유일한 품종이죠. 진영단감이 유명한 이유는 품종이 특별해서는 아니고, 지리적 조건 덕분이에요. 감은 늦게 딸수록 맛이 좋은 과일인데요, 일본에서는 12월 무렵 빨간색으로 완숙된 감을 수확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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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감 농가에선 서리와 추위, 병충해 등의 위험요소 때문에 감이 익기 시작하면 일찌감치 수확을 마치죠. 진영읍은 김해의 유일한 분지 지형이라 서리도, 추위도 늦게 찾아와요. 시장에 출하되는 대부분의 감은 6단계로 나뉘는 단감 색도계에서 4단계 전후인데, 저희 과수원에선 5~6단계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하는 감도 있어요. 겨울이나 초봄 날씨도 온화한 편이고요. 지난 10년간 저희는 동해(凍害) 피해를 입은 경우가 한 번 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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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농장의 사계절이 궁금해요.
봄에는 감나무에 꽃이 피면, 적뢰(摘蕾) 작업을 합니다. 한 가지에 7~8개씩 맺히는 꽃봉오리 중에서 가장 실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따주는 작업이죠. 그냥 두면 영양분이 분산돼 좋은 열매를 보기 힘들거든요. 여름에는 제초와 가지 유인 작업이 주를 이루고요. 가지가 위로 솟으면 열매를 잘 맺기 힘들기 때문에 가지의 방향을 잡아 고정해주는 과정이 필요해요. 가을은 수확 시기예요. 적당히 익은 것부터 완전히 익은 것까지 시기에 따라 차례로 수확을 합니다. 작년엔 12월 4일까지 감을 수확했어요. 수확이 끝나고 나면 단풍이 들고, 단풍이 들 때가지 잎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으면 다음 해 풍년이 들어요. 그만큼 나무가 건강하다는 뜻이니까요. 겨울에는 가지치기를 하면서 다음 농사를 준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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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단감 재배를 시작하셨을 때와 10년이 지난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수원의 감나무 모양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변칙주관형(變則主幹形)이라고, 나무가 위로 컸는데요. 지금의 나무는 중심 부분의 줄기를 쳐내고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는 개심자연형(開心自然形)이에요. 변칙주관형일 때는 나무 한 그루의 수확량이 많았거든요. 대신 과실의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수형(樹形)이 바뀌면서 아래쪽까지 고르게 햇빛이 가니까 감의 품질이 향상됐죠. 나뭇가지 높이 낮을수록 작업하기에도 수월하고요.
그 동안 단감 농원을 일구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너무 많은데요. 6년 전쯤인가, 11월 16일에 감이 얼어버린 거예요. 농작물재해보험은 11월 15일까지만 적용되거든요. 박스 3,000개 정도 되는 감을 버릴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큰 일을 겪고 나니까 이후로 웬만한 일에는 별로 타격이 없어요. 몇 년 전에 탄저병이 돌았을 때는 신기하게도 저희 집만 피해가기도 했고요. 재작년 11월 중순에 눈이 온 날도 기억 나네요. 갑자기 눈이 내려서 큰일났다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까 감이 하나도 안 얼었더라고요. 싸락눈이기도 했고, 눈이 그친 이후에 기온이 바로 오른 덕분이었죠. 그 해에 감이 유독 맛있었다는 얘기도 있어요. 그 날씨가 당도가 유지되는 딱 적당한 온도였던 게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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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을이 되면 산에 오는 게 그냥 좋아요. 이걸 내가 했나, 싶을 정도로 보기 좋을 때가 있어요. 이 정도 색깔이면 정말 맛이 있겠다, 받는 사람들도 좋아하겠다 싶은. 그런 날이 1년에 꼭 하루쯤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때는 그냥 산에 있는 것 자체가 좋죠.
작년 말에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 단감 부문에서 수상하셨죠.
진영단감의 품질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따로 노력하는 건 크게 없고요, 풀을 키웁니다. 과수와 풀을 함께 키우는 초생재배를 하죠. ‘헤어리 베치(hairy vetch)’라고 질소 함량이 높은 콩과작물을 나무 주변에 심는데, 질소 성분이 감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거든요. 감이 익으면 퇴비를 넉넉하게 주고 몇 년에 한 번씩 호밀도 뿌립니다. 감나무는 배수가 무척 중요한 과실이에요. 호밀은 뿌리가 땅속으로 1미터 이상 깊숙이 자라기 때문에 배수를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 계획 중인 일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박정훈 대표) 단감 고추장을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고추장을 만들 때 찹쌀 대신 감 농축액이나 감말랭이 가루를 넣으면 고추장의 맛이 분명 달라질 거예요.
(유선희 대표) 저는 감말랭이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기술 전수만 가능하면 올겨울부터라도 시작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감말랭이도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진영단감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나 보관 노하우가 있을까요?
감은 사과나 배에 비해 온도에 민감한 과일이에요. 그래서 단감을 포장할 땐 반드시 전용 비닐을 사용하죠. 산소는 밖으로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는 가둬 감을 신선하게 보존하는 역할을 해줍니다. 일반 마트에서 비닐 포장된 감을 고를 땐 포장 안에 이슬이 맺히지 않은 걸 고르는 게 좋고요, 구입 즉시 그대로 냉장 보관을 하고 실온에 노출되는 횟수를 줄이면 비교적 오래 보관하면서 즐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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