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행의 첫 페이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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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HAE

 

들녘과 골목 사이, 김해에서의 하루

김해의 전통적 매력과 로컬의 맛을 찾아서
대통령의 철학이 남은 봉하마을에서 장터의 정이 살아 있는 외동전통시장, 멸치국수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대동할매국수, 김해 사람들의 추억이 스민 뒷고기 전문점까지. 김해의 진짜 표정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로 안내한다.
깨어 있는 시민 정신을 기억하는 곳, 봉하마을
김해 진영읍의 작은 시골 마을. 드넓게 펼쳐진 들녘 사이로 노란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전통적인 농촌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봉하마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나아가 사람과 자연, 공동체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봉하마을 여행은 노무현 생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여덟 살까지 거주했던 집이다. 방 두 칸과 부엌, 흙담과 마루, 허름한 아래채 하나가 전부인 집은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2009년 9월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생가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사는들녘’이라는 이름의 생태문화공원으로 이어진다. 논과 밭, 습지와 수풀, 채소밭이 조화를 이룬 이곳은 노 대통령이 직접 구상한 생태 마을의 핵심이다. ‘흙을 밟고 사는 삶’을 몸소 실천하고 싶었던 그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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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화공원에서 길을 건너면 노무현 대통령 묘역이, 그 건너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인 ‘깨어 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이 자리한다. 기념관은 총 10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부터 정치권에 입문한 순간, 퇴임 이후까지 노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시간순으로 선보인다.
봉하마을을 둘러본 뒤엔 화포천습지에서 산책을 이어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총 8.4킬로미터 길이에, 면적이 31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하천형 습지로,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인 황새(봉순이)를 비롯해 솔개, 삵, 참매 등 멸종위기 생물 23종을 만날 수 있다.
  •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111번길 13-1
이게 바로 김해의 오리지널리티
뒷고기는 김해 사람에게 추억의 음식이다. 김해에는 도축장이 2곳 있는데, 1980년대 이 도축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 용돈벌이로 고기를 조금씩 빼돌려 선술집 같은 곳에 팔면서 ‘뒷고기’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한 부위에서 너무 많이 떼면 표가 나기 때문에 여러 부위에서 조금씩 떼어내다 보니 목덜미살이며 볼살 등이 잡다하게 섞이게 된 것. 가격도 상당히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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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정 뒷고기는 유튜브 <최자로드>에 소개되면서 김해의 새로운 맛집으로 떠오른 곳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뒷고기 모둠. 지방이 적어 쫄깃한 혀 밑살부터 기름의 맛을 품은 항정살, 적당히 쫀득한 콧등살, 소금과 만나면 천하무적이 되는 뽈항정, 콜라겐 지수 최상급 돼지꼬리를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최자는 방송에서 “고기에는 돼지 냄새와 잡냄새 두 가지가 있는데, 이 뒷고기는 돼지 본연의 고기 향만 머금고 있다.”고 말하며 뒷고기를 ‘아삭아삭 쫀득한 고기의 식감 덕에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는 고기’라고 평하기도 했다. 밑반찬으로 바다에서 나는 나물이라 불리는 꼬시래기와 갈치속젓이 나오는데, 이 둘을 뒷고기에 곁들여 삼합으로 먹는 것이 이곳 사장님이 알려주는 팁. 취향껏 물막국수나 비빔막국수를 곁들여 먹는 것도 좋다.
  • 김해시 덕정로 202 덕정뒷고기
현지인의 ‘진짜’ 삶을 느끼는 곳
시장 구경이란 언제나 그렇다. 사려고 간 것도 아닌데 두 손 가득 뭔가 들고나오게 된다. 시식 한 입에 마음이 움직이고, 정 많은 말투에 지갑이 열린다. 김해 외동전통시장이 바로 그런 곳이다. 시장 골목에 흐르는 정겨운 사람의 말투, 오래된 간판과 덮개 천 아래로 번지는 부드러운 빛, 반찬가게에서 퍼지는 익숙한 내음, 옛날 빵집에서 풍겨 나오는 깊고 고소한 향기 같은 것이 그렇게 만든다.
경전철 수로왕릉역 1번 출구에서 약 700미터 거리에 자리한 외동전통시장은 ‘진짜 김해’를 만날 수 있는 곳. 김해 시민들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시장으로, 1995년 택지 개발과 함께 골목 상가 형태로 시작해 2010년 전통시장으로 공식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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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에 걸맞게 농산물과 수산물이 가득하고 의류와 잡화 등 취급 품목도 다양하며 시장 특유의 먹거리 점포도 즐비하다.
장아찌를 가득 집어 비닐봉지에 담던 반찬가게 아주머니는 “우리 집 김치와 젓갈은 김해에서 제일 맛있다.”며 맛이라도 보고 가라고 소매를 잡아끈다. 그 옆 튀김 가게 아저씨는 “한 봉지 사면 한 봉지가 서비스!”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이외에도 족발, 떡볶이, 도넛, 붕어빵까지 시장 간식이 줄줄이 이어져 한 걸음 떼기가 어렵다. 흔하고 익숙한 먹거리지만, 하나를 집어 맛을 보면 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뭔가 다르다. 조금 더 투박하고, 조금 더 진하다. 그게 바로 시장 맛이 아닐까. 외동전통시장에서 한 입 먹고, 한 마디 듣고, 천천히 걷다 보면 한나절이 금방 지나간다.
  • 김해시 내외로 80
궁극의 멸치국수를 맛보다
대동할매국수는 주동금 할머니가 1959년 김해 대동면의 안막마을 ‘안막장’ 골목 어귀에서 작은 국숫집을 열면서 시작됐다. 주 할머니가 맨손으로 시작해 6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김해 지역의 국수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물국수다. 깊은 멸치 육수에 자연 건조된 중면을 삶아 넣고, 삶은 부추, 단무지채, 김가루, 깨를 고명으로 올린다. 육수는 부산·남해산 멸치를 사용해 단맛 없이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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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할매국수의 국수를 처음 접하면 사람이라면 다소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국수를 내는 방식이 조금 독특하기 때문. 국수를 시키면 육수를 담은 주전자가 먼저 나온다. 손님들은 컵에 육수를 따라 먼저 맛본다. 여기서 일단 감탄이 터져나온다. ‘멸치곰탕’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깊고 진한 맛이다. 조금 있으면 국수 그릇이 나오는데 육수가 없다. 면 위에 채 썬 단무지와 데친 부추, 김 가루, 깨소금이 고명으로 넉넉하게 올라가 있을 뿐. 여기에 주전자의 육수를 직접 부어서 먹으면 되는데, 처음에는 국물을 자작하게 붓고 국수를 먹다가 반쯤 먹었을 때 다시 한번 육수를 넉넉하게 붓는 것이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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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할매국수의 멸치국수는 강력한 감칠맛과 통멸치로 우려낸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어우러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육수가 핵심이다. 중면을 쓰는 이유는 소면의 얇은 질감으로는 이 묵직한 육수의 무게와 부추 등 다양한 꾸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단단한 면발은 국물과 함께 입안에서 ‘톡’ 하고 터지듯 풀린다. 비빔국수도 인기다. 기교 없는 새콤달콤한 양념장에 신선한 채소와 김치, 단무지를 버무린 국수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개운하다.
  • 김해시 대동면 동남로45번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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