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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CHO

속초 온천 여행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속초의 가을을 맞다

가을이 깊어 가는 지금은 온천을 즐기기에 좋은 때. 속초 척산온천휴양촌에서 지하 400미터부터 끌어올린 섭씨 53.7도의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갔다. 온천 후에는 막국수를 먹고 달콤한 팥이 들어간 커피를 마셨다. 속초에서 보낸 하루는 온천물처럼 느긋했고 막국수처럼 고소했으며 팥크림커피처럼 달았다.
반백 년 역사의 척산온천휴양촌
여행지에서의 아침, 날씨를 체크하는 건 오래된 습관이다. 그런데, 비가…… 온단다. 서울은 쾌청하고 맑다는데, 미시령 넘어 속초는 굵은 빗방울들이 날아다닐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좋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깊을 대로 깊은 지금, 팔뚝에 닿는 아침저녁 바람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곧 단풍 소식이 날아들 것이고, 첫눈이 내리겠지. 서리 내리기 전 요즘이 온천을 즐기기 가장 좋은 때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계획할 때 코스 중에 온천이 없나 하고 찾게 된다. 온천이 있으면 일정에 일단 온천부터 넣고 본다. 이번 척산온천은 처음이다. 설악산이나 속초 바닷가로 갈 때 지나쳐 가기만 했다. 다소 오래된 듯한 건물을 보며 ‘역사가 제법 깊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와보니, 온천 로비에 옛날 온천 건물 사진이 붙어 있는데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오래된 듯하다. 팔작지붕을 올리고 페인트로 ‘척산온천’이라고 쓴 간판을 달고 있는데, ‘1973 척산온천 휴양촌 옛 모습’이라는 설명이 짤막하게 붙어 있다. 지금의 건물은 1985년 지은 것이라고 한다. 작은 온천 건물 하나로 시작해 지금은 호텔과 대욕장, 찜질방 등의 시설을 갖춘 큰 온천장이 된 것이다.
척산온천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옛날부터 땅이 얼지 않아 주변의 초목이 한겨울에도 푸른빛으로 시들지 않았고, 동네 아낙들은 뜨거운 김이 피어 오르는 웅덩이 주변에서 빨래를 했다. 이걸 온천이라고 알아차린 일본인이 개발을 시작했는데 그만 해방이 됐다. 일본인은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온천의 흔적을 매장해 버렸지만, 온천수를 추출하기 위한 발파 공사에 성공하며 지금의 자리에 휴양촌을 세우게 되었다.
지하 400미터에서 솟아나는 라듐 온천
입장권을 끊고 온천 욕장으로 들어간다. 욕장 관리는 깨끗하게 잘 되어 있다.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니 비로소 여행을 온 것 같다. 척산온천은 온천수를 지하 400미터에서 끌어올린다고 한다. 용출 온도는 섭씨 53.7도. 온도가 부족한 곳에서는 물을 끓여 사용하기도 하지만 척산온천은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식혀야 한다. 그래서 물을 끓이는 과정에서 행여 기화될 수도 있는 성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척산온천의 물이 좋다고 하는 것은 이 이유 때문이다. 척산온천수는 불소와 라듐이 포함된 강알칼리성 온천이라 피부 세정 작용과 노폐물 제거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듐은 아주 미량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몸에 좋은 작용을 한다. 척산온천휴양촌에는 사우나와 대욕장 외에도 가족실이 마련되어 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와도 편안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사우나에서 연결된 통로를 따라 가면 찜질방이다. 게르마늄방과 쑥찜질방, 옥찜질방, 수면캡슐방, 침대안마실 등을 갖추었다.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수면실과 침대 안마방도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상쾌한 편백 향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찜질방 밖에 자리한 황토 불한증막이다. 새벽 5시부터 소나무 장작을 쌓아 불을 지펴 온도를 유지한다. 한증막 위층에는 전망대 격인 휴양정이 있는데, 여러 개의 큰 창으로 속초의 상징인 울산바위가 보인다. 찜질복을 입고 바라보는 울산바위라니, 이런 호사가 없다. 찜질방에서 뒹굴다가 대욕장으로 돌아와 노천탕에 몸을 담근다. 탕에서 솟아나는 김 위로 설악산 능선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마 위로 가느다란 가랑비가 스친다. 오늘처럼 온천에 몸을 담그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으면, ‘조금 더 즐기면서 살자’, 이런 생각도 해본다. 척산온천휴양촌 옆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다. 그냥 겉보기식으로 대충 만들어놓은 숲이 아니다. 무려 3,600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 숲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온천 후 기분 좋은 산책을 즐길 수 있다. 2.5킬로미터의 맨발 산책로가 따로 이어지는,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자연석과 꽃들로 꾸민 석림원과 만난다
  • 척산온천
  • 강원 속초시 관광로 327 척산온천휴양촌
  • 매일 5:30am-8:00pm
  • 성인 1만1,000원, 가족온천실 5만 원(2인 기준 3시간 이용)
공짜로 가볍게 즐기는 족욕공원
척산온천에서 사우나를 하거나 숙박을 하지 않아도 가볍게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이 온천 가까이 자리한다. 척산온천 족욕공원인데, 넓은 무료 주차장도 갖췄고 족욕장 이용 요금도 없어 좋다. 필요하면 수건과 방석을 빌리면 된다. 대여료는 1,000원. 척산 지역 온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에서 조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족욕공원에는 발을 담글 수 있는 물길을 만들어놓았다. 한가운데 따뜻한 온탕이 있고 주변으로 야트막한 냉탕이 있다. 족욕을 시작하기 전에는 세족장에서 깨끗하게 발을 씻는 건 기본 예의다. 족욕탕에 처음 발을 담글 땐 조금 뜨거운 것 같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적응이 된다. 발이 점점 따뜻해지면서 몸이 노곤해진다. 족욕장 주변에는 마을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도 있는데, 할머님들이 밭에서 바로 수확해 판매하시는 모습이 정겹다.
  • 강원 속초시 관광로 227
  • 매일 10:00am-5:30pm(동절기), 9:00am~5:30pm(하절기)
  • 입장료 무료, 수건과 방석 대여료 1,000원
온천 후의 구수한 막국수 한 그릇, 범바위막국수
온천을 하고 나니 배가 출출하다. 뭘 먹을까 하는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속초에 왔으니 무조건 막국수다. 척산온천휴양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범바위막국수’가 있다. 면을 직접 뽑는 집이다. 자리에 앉으면 갈등이 시작된다. 물? 아니 비빔? 갈등하다가도 언제나 최종 선택은 비빔이다. 비빔막국수와 수육 작은 것 하나를 주문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수육을 맛보지 않으면 서운하다.
반찬으로 무채와 백김치가 먼저 나온다. 비빔용 육수도 따로 내 주신다. 조금 있으니 막국수가 나왔다. 삶은 계란 반쪽과 오이, 무, 김가루, 깨가 들어가 있다. 면을 비비는데 진한 메밀 향이 코끝으로 훅 끼쳐온다. 벽에 붙은 ‘맛있게 먹는 법’에는 식초와 설탕을 조금 넣으라고 써놓았지만 ‘서울 촌놈’은 메밀 그대로의 맛이 좋다. 역시 사우나 후에 먹는 막국수에 비견할 만한 음식은 없는 것 같다. 수육도 잘 삶았다. 속초라 그런지 명태 회무침이 함께 나온다. 수육 위에 명태 회무침 한 젓가락을 얹어 먹으니 궁합이 좋다. 아참, 비빔막국수는 반쯤 먹다가 육수를 부어 먹는 것이 더 맛있게 먹는 요령이다.
  • 강원 속초시 척산양지말길 47-14
  • 10:30am-6:00pm(수요일 휴무)
작은 마을에 숨은 아기자기한 카페, 도평커피
도평커피에 왔다. 척산온천과 가까운 도평리의 작은 마을 길을 따라 들어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예쁜 카페가 나타난다. 실내 모든 곳이 포토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 시골집을 카페로 꾸몄다. 넓은 마당 뒤에 하얀색 건물이 서 있다. 커다란 창으로는 시골 마을의 들판이 내다보인다.
도평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는 팥크림커피다. 커피에 달콤한 팥크림을 띄었다. 커피 아래쪽에는 팥앙금이 있어 커피를 다 마시고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된다. 마당에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기 좋은 평상도 놓여 있다. 본관 옆에 별관 건물에는 프라이빗 룸은 방마다 다른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가족이나 연인이라면 이곳에서 오붓하고 다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물 좋은 온천에서 따뜻한 온천욕을 즐기고 막국숫집에서 메밀 향 진한 막국수를 먹었다. 지금은 가을 들판을 바라보며 달콤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인생에서 이런 순간을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건 언제나 이렇게 여행을 떠나와서다.
  • 강원 속초시 도평1길 19
  • 10:00am-6:00pm(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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