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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문학여행

어느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신동엽 시인 생가
시인이 살았던 생가
“겨우 시인 등록이 된 셈인가 보오” 1959년, 서른 나이에 등단한 어느 늦깎이 시인이 그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 속 기록이다. 늦깎이 시인의 이름은 ‘신동엽’. 조금은 늦었던 그의 집필은 누구보다 거칠었고 솔직했다. 그의 펜 끝이 그토록 날카로웠던 이유를, 충남 부여에서 찾았다.
밤사이 내린 눈으로 부여는 하얀 얼룩이 가득했다. 영하 3도. 입김을 내뱉으며 부여 읍내를 걸었다. 저 멀리 눈 덮인 초가집 두 채가 보인다. 신동엽 시인이 살았던 생가다. 1930년에 태어나 일제 식민지, 전쟁, 분단의 아픔, 지도자의 독재를 견뎌낸 그가 39년 짧은 인생 중 가장 오래 머무른 장소다. 1987년 초가집으로 복원된 신동엽 생가는 2년 뒤 기와지붕으로 한차례 모습을 바꾸었다. 이후 2021년, 다시 초가집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신동엽 시인은 생애 대부분을 이곳에 머물며 작품을 구상하고 창작했다. 생가 주변은 현재 ‘신동엽길’로 불린다. 460m 정도 되는 골목인데, 실제로 신동엽 시인이 자주 거닐었던 골목이다.
2021년, 현재의 초가집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신동엽 시인은 이곳에서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써 내려갔다
신동엽 시인 생가의 전경
신동엽 시인은 1959년,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며 본격적인 시인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1961년부터는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교편을 잡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대개 반민족 세력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동시에 평화와 평등을 주장한다. 1960년대 김수영 시인과 더불어 ‘참여시’의 세계를 펼쳤다. 참고로 참여시는 문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발상 아래 창작되는 시다. 신동엽 시인의 대표작으로는 <껍데기는 가라>. <금강>, <4월은 갈아엎는 달> 등이 있다.
신동엽 시인의 방 내부 전경
절제되고 정돈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부여 신동엽길
저벅저벅. 눈 위를 거닐어 초가집으로 향했다. 일평생 신동엽 시인이 시를 집필했던 방이 눈앞이다. 은은한 겨울 햇살이 문지방 너머 방까지 드리우고 있었다. 신동엽 시인과 같은 장소에 머물며 상상했다. 과연 그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기분으로 이곳에서 펜을 쥐었을까. 차갑고도 서정적인 겨울바람의 향기만 가득했다. 초가집 뒤편으로는 너른 잔디밭과 감나무도 보인다. 그리고 신동엽 시인과 같은 부여 출신인 ‘임옥상 화백’의 설치미술 작품 <시의 깃발>도 보인다. 신동엽 시인의 시 문구를 바람에 나부끼는 독창적인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임옥상 화백의 <시의 깃발>, 신동엽 시인의 시 구절이 담겨있다
하나하나 시 구절을 따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 시인 신동엽생가
  •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신동엽길 12
  • 화~일요일 09:00~17:00(매주 월요일 휴무)
신동엽 문학관
과거와 현재, 예술을 창조하는 공간
신동엽 시인의 생가 바로 뒤편, 신동엽문학관이 자리한다. 신동엽문학관은 600평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1층, 옥상과 정원으로 구성된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특히 지상 1층은 유족이 직접 기증한 신동엽 시인의 육필 원고와 700점이 넘는 손편지. 수많은 사진과 책이 전시되어 있다. 신동엽 시인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는 거대한 보물상자인 셈이다. 신동엽문학관은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이다. 시인의 ‘시 정신’에 부합하는 조형물은 어떤 것인지, 문학관이 갖추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공간이다. 덕분에 신동엽문학관을 부여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꼽힌다. 신동엽문학관은 견학과 쉼의 조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전시실에서 문만 열면 바로 잔디밭이 펼쳐진다. 옥 상까지 이어진 길에는 11점의 설치미술 작품이 곳곳에 숨어있다. 휴식이 필요할 때는 1층에 위치한 북카페를 이용하면 된다. 2021년 리모델링을 거친 북카페는 고즈넉한 인테리어와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감미롭다. 이곳에서 신동엽 시인의 책은 물론이고,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신동엽문학관은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건축적으로 가치가 높다
신동엽 시인의 대표작 <껍데기는 가라>.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 내려간다
신동엽문학관의 전경
신동엽문학관 내부에는 수많은 사진과 책이 전시되어 있다
신동엽 시인의 사진
북카페에서는 신동엽 시인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겨울 햇살이 포근히 내려 앉은 어느 오후
옥상에 올라 잠시 시원한 바람을 쐬며 기분을 환기한다
신동엽문학관 1층에 위치한 북카페
  • 신동엽문학관
  •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신동엽길 12
  • 화~일요일 09:00~17:00(매주 월요일 휴무)
  • 041 830 2723
꽃담길
신동엽 시인과 함께 걷는 시간
신동엽 생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동남리 마을회관’은 신동엽길에서 가장 높은 곳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마을회관 옆길로 ‘꽃담길’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길엔 신동엽 시인의 시 문구와 그림이 가득하다. 그는 어린 시절 이 골목에서 금강을 바라보며 후에 대표작 <서사시 금강>을 집필했다. 아름다운 풍경은 좋은 작품의 밑천이다. 꽃담길 입구에 들어서자 ‘꽃담’이라고 쓰인 담벼락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마침 눈발도 흩날리기 시작해 분위기마저 감성적이다. 발걸음을 옮기며 그의 시를 읊어본다.
천천히 거닐며 신동엽 시인의 감성에 취해본다
신동엽 시인의 시가 가득 담긴 꽃담길
자연과 조화롭게 엉킨 예술
신동엽 시인이 평생 시를 통해 이야기한 이상향은 몇 가지 단어로 추릴 수 있다. ‘평등, 평화, 그것을 위한 저항’ 간결하지만 간절한 단어들이다. 어쩌면 신동엽 시인의 시가 아직까지 가슴에 남는 이유는 시인이 그토록 부르짖던 세상이 아직 찾아오지 않아서 아닐까. 담벼락 위, 앙상한 겨울철 나뭇가지가 쓸쓸하게 느껴진다. ‘꽃담길’의 마지막은 가파른 계단으로 끝이 난다. 마지막 벽에 쓰인 시는 당연히도 그의 가장 대표작, <껍데기는 가라>.
어릴 적 옛 동네가 떠오르는 정겨운 풍경
시 뿐만 아니라 그림도 가득해 볼거리가 다양하다
꽃담길은 거대한 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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