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생각나는
부여의 맛집들

막국수가 어느 지역에서나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부여 장원막국수는 특별하다. 이곳 막국수를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해 부여를 다시 찾게 된다. 장원막국수가 있는 곳은 굿뜨래음식특화거리 끝자락이다. 이곳에서 백마강 구드래나루터가 코앞이다. 시골집을 고친 식당이라 외관이 볼품없으나, 30년 넘게 장사한 노포의 포스가 풍긴다. 마당 한구석 부뚜막에 육수를 끓이는 가마솥과 국수를 삶는 솥단지가 걸려 있는 모습이 정겹다. 허름한 시골집 작은 방에 앉아 막국수를 먹노라면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것 같다.
장원막국수의 메뉴는 메밀 막국수와 편육 두 가지뿐이다. 이곳 메밀 막국수는 한겨울에도 살얼음 동동 띄운 차가운 육수에 말아낸다. 돌돌 말아 올린 면발 위에 빨간 양념장과 채 썬 오이, 김 가루, 통깨를 고명으로 얹는다. 육수에 양념장을 휘휘 풀어 넣으면, 시원한 동치미 맛 육수가 새콤달콤 매콤해지면서 감칠맛이 더해진다. 면발은 다른 막국수 집보다 가는 편인데, 쫄깃함은 두 배다.
막국수 짝꿍인 편육도 꼭 함께 주문한다. 국내산 돼지 목삼겹으로 만든 편육은 살코기 비율이 높아도 얇게 썰어 먹는 느낌이 보들보들하다. 막국수에 편육 한 점을 말아 입에 넣으면 엄지가 절로 척 올라간다.

백제해장국은 아마도 부여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해장국집일 게다. 식사 시간대가 아니어도 붐비니, 인기를 실감한다. 아침 7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아침 일찍 식사하는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메뉴는 소고기 해장국, 소머리 곰탕, 선지해장국, 사골 곰탕, 곱창전골, 황태 콩나물해장국 등 그야말로 해장하기 좋은 각종 국을 판다.
대표 메뉴는 ‘백제해장국’이다. 국내산 한우의 양 부위와 신선한 선지, 우거지와 콩나물을 넣어 매콤하게 끓여 낸다. 육즙이 가득한 선지 두 덩어리와 가늘게 썬 부드러운 양이 가득 들어 있다. 소의 양은 소화 흡수율이 높고, 콜레스테롤이 0%에 가까워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하니, 마음을 푹 놓고 맛있게 먹는다.
기가 막힌 것은 국물 맛이다. 고깃국인데도, 뒷맛이 맑은 콩나물국처럼 시원하고 깔끔하다. 양, 내장, 사골을 오랜 시간 푹 끓여 만든 육수에 된장과 다시마 등을 넣어 잡내를 없앤 것이 비결이다. 해장국에 밥을 꾹꾹 말아 크게 한 숟가락 뜬 다음, 새콤하고 꼬들꼬들한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속이 확 풀린다. 소의 양이 부담스럽다면, 소고기 양지가 듬뿍 담겨 있는 소고기 해장국을 추천한다. 매콤한 음식을 못 먹는 아이들에게는 양지와 만두가 들어간 한우사골 곰탕이 안성맞춤이다.

부여시외버스터미널 옆 중앙시장에 있는 ‘시골통닭’은 40여 년 동안 부여 시민의 사랑을 받은 로컬 맛집이다. 1975년 방순남 씨가 창업했고, 지금은 아들이 어머니의 손맛을 잇고 있다. 원래 부여에서 알아주는 통닭집이었는데, ‘백종원의 3대 천왕’ '치킨'편에 출연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요즘 식당 앞에 대기 줄이 없는 이유는 테이크아웃 주문이 많기 때문이다.
이 집 통닭은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의 진수를 보여준다. 통닭을 좋아하는 않는 사람도 이 집 통닭을 맛보면 입맛이 변할 정도다. 일반적인 통닭은 다리만 쫄깃하고, 가슴살은 퍽퍽하다. 시골통닭은 가슴살마저 촉촉하고 부드럽다. 주방을 들여다보니, 칼집을 내지 않은 국내산 10호 생닭을 염지 작업한 뒤, 튀김옷을 입혀 그대로 가마솥에서 20분 동안 튀긴다. ‘백숙통닭’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육즙이 풍부한 비결이 여기에 있다. 닭에 칼집을 내어 튀기면 빨리 익는 대신 육즙이 빠져나가 살이 퍽퍽해진다고 한다.
푸짐한 자태와 노릇노릇한 빛깔을 자랑하는 통닭이 큰 접시에 담겨 등장하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닭 다리 살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부위에도 윤기와 육즙이 자르르 흐른다. 닭 껍질은 짭짤한 과자처럼 바삭하다. 파닭을 주문하면 통닭 위에 새콤하게 양념한 파무침을 올려준다. 파무침이 통닭의 느끼함을 꽉 잡아준다.

롯데리조트부여 1층 로비에 자리한 ‘비베러디쉬’는 브런치 전문 카페다. 뉴욕 스타일 브런치를 선보인다. 상호 ‘Be Better Dish’에 ‘건강하고 신선한 것을 더 좋게, 더 낫게, 더 잘 담아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음식을 맛보면 이 뜻을 이해하게 된다.
비베러디쉬의 첫인상은 깔끔함 그 자체다. 약 463㎡(140평) 규모의 탁 트인 실내와 모던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카페를 환하게 밝힌 조명이 청결함을 돋보이게 한다. 대리석과 타일로 꾸민 테이블 상판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비베러디쉬가 데이트 코스로 소문난 까닭을 알 것 같다.

주문 방식도 독특하다.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을 보며 메뉴를 고르고 결제까지 할 수 있다. 태블릿 거치대가 칸막이 역할을 해, 옆 테이블과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로봇이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서빙 한다. 로봇이 테이블 앞까지 와서 “음식이 도착했습니다”라고 알려준다. 이 모습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 눈에도 신기해 보인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비베러디쉬의 테이블오더 서비스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비베러디쉬의 자랑은 쾌적한 식사 공간과 다채로운 음식 구성이다. 차와 음료, 맥주, 디저트, 샐러드, 파니니, 파스타 등 대중이 즐겨 먹는 메뉴를 쏙쏙 뽑아 골고루 판매한다. 브런치 메뉴로는 ‘밤 크림 프렌치토스트’와 ‘에그 베네딕트’가 준비돼 있다. 비베러디쉬의 대표 메뉴인 밤 크림 프렌치토스트는 부여 특산품인 밤을 활용해 만든다. 달콤한 밤크림치즈소스를 얹은 촉촉한 프렌치토스트를 밤 소스에 찍어 먹는다. 프렌치토스트 위에 밤과 잣, 크랜베리,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토 핑해 고소한 풍미를 더한다. 여기에 새콤한 자두와 구운 바나나까지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프렌치토스트가 달달하므로 새콤한 갤러시 티 에이드와 궁합이 좋다. 보랏빛 에이드가 식욕을 북돋운다. 주문 즉시 만드는 샐러드도 인기 메뉴다. 바로 구운 열 가지 이상의 곡물과 견과류, 신선한 채소와 고객이 원하는 메인 토핑이 올라간다.

브런치 메뉴는 오전 10시부터 주문 가능하며, 커피와 음료는 오전 8시부터 주문할 수 있다.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숙박객에게 더없이 고마운 소식이다. 아이들과 신 나게 물놀이를 한 뒤, 당 충전이 필요할 때는 케이크가 제격이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가늘게 채 썬 당근이 듬뿍 들어간 당근케이크를 거부하긴 어려울 듯하다. 아주 맛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