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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건축가, 승효상

건축가 승효상과 함께한
제주 건축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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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ty

건축가 승효상과 함께한 제주 건축 투어
제주 아트빌라스 로비에서 승효상 건축가를 만났다.
긴 백발에 레옹 선글라스를 쓴 그는 다크네이비 컬러의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70의 나이가 무색한 패션 감각에 흠칫 놀랐고, 오히려 그런 이유로 곧 함께 떠날 건축 투어가 더욱 기대되었다.
제주에는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이 많다
이 시대의 건축가, 승효상
an architect of this era
승효상 건축가는 ‘파주출판단지’를 코디네이팅했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 사저를 설계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제주 아트빌라스 역시 그의 열정과 건축 혼이 담긴 결과물이다. 이번 건축투어는 제주 아트빌라스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단 하루, 승효상 건축가가 직접 도슨트가 되어 제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그의 작품들을 돌아보고 안내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제주 다크투어리즘의 상징, 알뜨르비행장
알뜨르비행장에서 터 무늬를 읽다
승효상 건축가가 제주에서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알뜨르비행장이었다.
제주의 서남권은 도민의 눈물과 한이 서려 있다고 지역이란다. ‘모슬포’란 지명의 의미도 ‘못살포구’에서 유래된 것이란다. 조선시대의 가장 험한 유배지였으며 4.3사던 때 132명이 학살당한 서달오름 또한 이곳에 있다. 중일전쟁 당시 전투기의 중간 기착지로 건설된 알뜨르비행장은 일제의 대표적 수탈과 노동착취 현장이다. 승효상 건축가는 제주민의 아픈 상처로 남은 광활한 대지가 건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알뜨르 비행장의 격납고
“터에는 본디 무늬가 있습니다. 과거의 무늬에 현재의 무늬를 접목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이 건축가의 임무죠. 알뜨르비행장에 있는 19기의 격납고도 그런 의미에서 보존 가치가 있는 것이죠. 뒤쪽의 산방산과 모슬포 낙조와 어우러지면 아름다운 대지 미술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문득 조선총독부 청사와 세운상가 철거에 관한 기사가 떠올랐다. 승효상 선생은 총독부 청사해체에 반대했고 서울시 총괄 건축가로 세운상가를 보존하기 위해 공중 보행데크 등 리모델링의 계획을 수립 진행한 바 있다. 어찌 보면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은 기억과의 단절이며 터 무늬를 지워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픈 역사, 불편한 시절이든 흔적이 남아있어야 미래의 터 무늬를 새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 알뜨르비행장
  •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도민의 눈물과 한이 서려 있는 제주의 서남 지역
산방산을 배경으로 무 수확에 한창인 주민들
추사의 성품을 고스란히
담아낸 추사관
‘대정현’은 추사 김정희가 1840년부터
1848년까지 약 9년간 유배 생활을 했던 곳이다.
2007년 ‘김정희 적거지’가 사적으로 지정된 후 2010년 ‘제주 추사관’이 지어졌다. 제주 추사관은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이다. 그는 처음 이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 제주 대정읍의 작은 동네에 500평의 큼지막한 건물을 짓는 것에 대해 어색함을 느꼈다고 했다. 20여 평의 집들이 옹기종기 만들어 낸 집합의 아름다움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전시실은 지하로 밀어 놓고 지상의 공간은 비워두기로 했다.
의도적 단순 외관을 가진 제주 추사관
제주 추사관도 승효상 건축가의 솜씨다
아래에서 추사의 세계를 읽은 탐방객이 위로 올라와 스스로 공간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를 사유하고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랐다. 추사체와 세한도라는 걸작이 만든 추사의 삶과 걸맞도록 건물도 벽과 지붕에 충실한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설계했다.
추사관의 동쪽 벽에는 동그란 창이 하나 있었다. 내부에서 보면 창 속에 소나무 한 그루가 들어 있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탐방객 누구나 세한도를 연상하지만, 정작 승효상 선생은 본인의 의도가 아니라 했다. 오히려 정원에 잔디 대신 토종 억새를 가득 심었다. 그런 까닭으로 지하와 지상 사이 경계의 창 너머 봄빛에 파릇이 빛나는 제주가 펼쳐졌다.
  • 제주 추사관
  •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로 44제주
  • 화~일요일 09:00~18:00(월요일 휴무)
  • 무료
  • 064-710-6801
추사관 동그란 창 너머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빈 공간으로 남겨 지기를 원했던 추사관 1층
창 너머 푸릇한 제주가 엿보이는 추사관
적거지에서 추사의 삶을 이야기하다
제주의 마지막 풍경을 담은 미스터밀크 그리고 백파
‘미스터밀크’는 승효상 건축가가 제주에 설계한 가장 최근 작품 중 한 곳이다. 미스터밀크는 제주 한림읍 성이시돌목장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이용해 치즈, 우유, 아이스크림 등의 유제품을 생산하는 유가공 공장이다. 승효상 건축가는 오래전 도민들의 민생을 위했던 이시돌목장의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때문에 이실돌목장의 협력업체이며 제주도가 지원하는 신설 제조업 투자기업인 미스터밀크 공장설계를 기꺼이 수락했다.
미스터밀크는 금악오름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승효상 건축가는 건물의 이름을 ‘백파’라 칭했다. 하얀 언덕이란 뜻이다. 그래서인지 온통 화이트 컬러다. 한라산이 중산간을 타고 해안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백파는 가장 낮은 위치에서 제주의 마지막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 미스터밀크
  •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창로 1236
승효상 건축가가 백파라고 이름 붙인 미스터밀크 유가공공장
미스터 밀크의 내부 역시 온통 흰색이다
중산간에서 제주의 마지막 풍경을 담아낸 백파
땅의 소리에 귀 기울인
제주 아트빌라스
승효상 건축가와는 ‘백파’에서 헤어졌다. 제주 아트빌라스로 돌아오니 그간 무심히 보아 넘겼던 시설과 건축물들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그리고 승효상 건축가의 말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모든 땅은 원하는 건축이 있습니다. 좋은 건축가라면 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건축학적으로 제주의 지형은 한라산이란 정점에서 바다까지 이어지는 수직적으로 모델입니다.“ 땅은 승효상 건축가에게 바람의 통로이자 생태의 통로, 그리고 막힘없는 시선의 통로를 바라지 않았을까? 제주 아트빌라스의 명품 객실, 승효상을 서성이다 저녁으로 치닫는 제주의 하늘을 보았다.
  • 제주 아트빌라스
  • 제주 서귀포시 색달중앙로252번길 124
  • 064-731-9000
제주 아트빌라스의 객실, 승효상
바다로 향하는 시선의 통로, 제주 아트빌라스
제주에 관한 대한 놀라운 지식과 애정을 가진 승효상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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