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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CHO

예술에서 속초를 배우다

돌과 흙 그리고 철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예술에서
속초를 배우다
Learn Sokcho from art
돌과 흙 그리고 철
돌과 흙 그리고 철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은 우아하게 숭고하고, 한편으론 날카롭게 비장했다. 예술에서 속초의 자연과 역사를 배웠다. ‘바우’는 강원도 방언으로 ‘바위’를 뜻한다. ‘바우지움’은 ‘바위로 지은 조각미술관’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겠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회색빛 담벼락을 마주하게 된다. 속살이 훤히 비치도록 군데군데 움푹 파인 것이, 한바탕 포탄이라도 떨어졌나 싶다. 담벼락 끝부분은 시멘트 대신 큼직한 바위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다. 그 위로는 초록 넝쿨이, 너머로는 설악산이 얼굴을 빼꼼히 내민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조각과 건축물에 깃든 우아미
담벼락을 따라 거닐어본다. 이따금씩 철로 만들어진 귀여운 의자가 벽에 매달려 있다. 전부 ‘김명숙 작가’의 작품들이다. 김명숙 작가는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의 관장이기도 하다. 인공의 건축물과 자연물의 조화. 조용한 분위기의 정원을 산책하면서 세련된 우아미(優雅美)를 느낀다. 이토록 아름다운 이 공간은 2018년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결과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은 무려 7,000여 제곱미터의 규모로 전시관 3개와 5가지 테마로 꾸며진 정원(물, 돌, 소나무, 잔디, 테라코타), 카페바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술관 어디나 인증숏 명소지만 그중 단연 주목해야할 곳은 물의 정원이다. 아른거리는 수면에 담기는 모든 순간이 매혹적이다.
조용한 공간에서 여름을 보낸 하루. 예술은 위로의 일부다
카페바우의 외관. 시원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 좋다
근현대 조각관에 도착해 다시 한 번 정원을 바라본다. 순간 시간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근현대조각관에서는 거장 김창희, 한국 현대조각의 1세대인 ‘김영중’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40여 점을 전시 중이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의 관장인 ‘김명숙’ 작가의 김명숙 조형관에서는 3개월에 한 번 새로운 기획전시를 선보인다. 한편, ‘카페바우’도 빼놓지 않고 들려야 할 스폿이다. 관람을 다 마친 후, 시원시원한 통창으로 전경을 내다보며 차 한 잔 느긋하게 즐기기 좋다.
  •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3길 37
  • 화-일요일, 10:00-18:00(입장 마감 17:30)
  • 성인 1만원(티켓 소지 시 아메리카노 1잔 무료), 청소년 5,000원, 5세 이상 4,000원
  • 033-632-6632
석봉도자기미술관
1,300℃ 화염에서 탄생한 숭고미
도자기가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하는 세상은 1,300℃의 불가마 속이다. 장장 3일 동안 뜨거운 화염에 둘러싸인 채 그저 버텨야만 한다. 며칠 후 여인의 자궁 모양과 비슷한 가마는 차갑게 식어가며 해산을 시도한다. 도자기 장인은 가마 문을 열고 갓 잉태한 도자기를 조심스레 꺼낸다. 도자기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성치 못하다면 ‘예술’이 될 수 없다. 석봉 조무호 선생의 검증을 통과한 가로 4.5m, 세로 3.6m 크기의 거대한 도자기 벽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설악산 장군봉과 천불동 계곡의 맑은 물을 그대로 흡수해 그려낸 것 같은 ‘설악산 장군봉 도판’. 동양화 기법으로 바위부터 이끼까지 섬세하게 묘사했다. 장인이 흙으로부터 도자기를 창조해 내는 모든 과정에서 숭고미가 느껴진다.
석봉도자기미술관의 내부, 도자기가 가득하다
석봉도자기미술관의 외관, 고풍스러움이 가득 느껴진다
석봉도자기박물관은 1997년에 경기도 여주에서 개관한 사립미술관이며, 2001년에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전시장은 산화, 역사, 모형, 사계, 설악, 국제, 오악, 세종관 총 8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돼 있다. 신라토기부터 고려상감청자, 분청사기, 조선백자 등 1,100여 점을 통해 7,000년의 도자기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조상들의 도자기 제작 과정과 생활 모습을 202개의 귀여운 테라코타(흙으로 만든 인형)로 재현해 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석봉 조무호 선생이 만든 세종대왕 도자기 판화, 세계에서 가장 큰 접시로 1994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백자도자기대명’ 등이 전시돼 있다.관람 후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체험 교실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안내된 운영 시간보다 더 일찍 닫는 경우가 있으니 방문 전에 전화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관람 소요 시간은 약 1시간이며 주차는 미술관 앞 무료 공영 주차장에서 가능하다.
자세히 도자기를 들여다보면 엄청나게 정교하고 세심하다
석봉 조무호 선생의 검증을 통과한 거대한 도자기 벽화
거대한 청자 상감 주병. 무려 1971년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정이 전부 다르다. 작은 디테일이 예술을 만든다
  • 석봉도자기미술관
  • 강원 속초시 엑스포로 156
  • 화-일요일, 10:30-18:00(입장 마감 17:30)
  • 성인 5,000원, 5~18세 3,000원, 접시 그리기 2만원, 아트 컵 만들기 1만5,000원
  • 033-638-7711
아트플랫폼 갯배
실향민, 그들의 비장미
속초 청호동은 원래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불모지였다. 그러다 6.25동란 때 1.4후퇴를 계기로 수많은 함경도민이 국군을 따라 남하해 속초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움막 형태의 집을 짓고 고된 삶을 살면서도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텼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 위로 철조망이 덮였고, 전부 실향민이 되었다. 당시 실향민들 중에는 유독 나이가 지긋한 함경도 출신 남자들이 많았단다. 그때부터 청호동은 ‘아버지’의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를 따서 아바이마을로 불리기 시작했다.
아트플랫폼 갯배, 빨간 설악대교가 뒤로 보인다
설악대교 밑, 아바이마을에 위치한 ‘아트플랫폼 갯배’는 실향민들의 비장미(悲壯美)로 얼룩져 있다. 컨테이너 2개가 비스듬히 쌓아 올려져 있는 독특한 건물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실향민들의 애달픈 마음에서 착안해 설계했다고 한다. 평생 오대양 육대주를 부유하는 컨테이너의 운명과 실향민의 삶이 닮았다. 아트플랫폼 갯배는 예술로써 아바이마을의 역사를 기억하고자 한다. 또 복합문화플랫폼으로써 방문객, 속초 시민, 아바이마을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아트플랫폼 갯배는 실향민들의 비장미로 얼룩져 있다
2개의 컨테이너가 비스듬하게 걸쳐 있는 구조로 꾸며져 있다
아트플랫돔 내부 모습, 고즈넉한 전시장소 뒤로 바다가 펼쳐진다
주변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아트플랫폼 갯배에서 바라보는 속초 바다. 예술 때문인지 일렁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1층의 아담한 상설전시공간에서는 놀랍도록 선명한 1950년대의 쪽빛 속초 바다가 사진 속에서 넘실댄다. 현대에 복원한 사진인줄 알았지만, 6.25 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이 찍고 기증한 사진이다. 한쪽 공간에는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관련 교육이 종종 열리고 있다. ‘OK 활력소’라고 불리는 2층 공간은 말 그대로 모두에게 “OK”라고 말하는 갤러리다. 예술을 보고 싶은 사람들 누구나, 예술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 누구나 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양인옥 화가의 오일파스텔화 전시회가 진행 중이었는데, 푸근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은 제 주인과 쏙 빼닮아 있었다. 그는 전시회를 보러 와줘 고맙다며 내게 화가의 그림 포스터도 한 장을 건네주었다. 뜻밖의 선물은 속초를 기분 좋은 여행지로 기억하는 데 일조했다. 갤러리에는 통창으로 바다를 멍 때리면서 감상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있다. 느긋느긋하게 들어오는 어선들, 저 멀리 빨간 등대를 가만히 보다 보면 저절로 쉼을 누리게 된다.
  • 아트플랫폼 갯배
  • 강원 속초시 청호동 793-32
  • 화요일-일요일 11:00~18:00
  • 033-631-8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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